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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변이 환금작물 지대로 변하고 있다

섬진강댐으로 수량이 줄어든 강변에는 늪지 발달

오문수 | 입력 : 2023/03/28 [10:22]

▲ 섬진강변에 세워진 아름다운 '함허정' 모습 ⓒ 오문수     ©金泰韻

섬진강을 따라 걷는 오마이뉴스 오문수 기자의 의지를 통해 멀리 장수에서 하동, 광양까지 여정을 독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어 감동을 받았다. 아뭏튼 여정이 잘 마무리 되길 바라본다 <편집자주>

 

섬진강 답사 5일째다. 순창 향가리를 지나 남원시 대강면을 따라 흐르는 섬진강변으로 걸어가니 임실과 순창을 걸을 때와 달라진 게 있었다. 자전거 여행자 수가 대폭 줄었다. 이유가 뭘까 생각해보니 임실과 순창보다 경관이 아름답지 않고 밋밋했다.

 

어쩌면 임실을 떠나 자전거길 종점인 광양까지 가는 자전거 여행자들이 내가 걷는 지점을 이미 지나가 버렸는지도 모른다. 향가리에서 곡성으로 향해 출발한 시간이 오후 2시이기 때문이다.

▲ 임실 강진에서 섬진강 자전거 도로를 따라 광양 배알도까지 달리던 외국인들이 섬진강변에서 포즈를 취했다. 미국인 2명 뉴질랜드 2명, 영국 1명이 모여 아름다운 섬진강변을 달리고 있었다. ⓒ 오문수     ©金泰韻

 자전거 여행자들이 섬진강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아름답기 때문이다. 자전거로 4대강을 종주했던 분들과 대화해보니 이구동성으로 "4대강 중에서 섬진강이 가장 아름답다"고 말했다. 해당 지자체 담당자들이 귀담아들어야 할 내용이다.

 

내 옆을 쌩쌩지나며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며 지나가는 자전거 여행자들이 반갑지만 없어도 괜찮다. 어차피 나 혼자 걷기 때문에. 코 끝을 간지럽히는 봄 날씨가 싱그럽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이 섬진강변에 봄을 싣고 왔다. 버들강아지에 물이 올라 곧 꽃망울을 터뜨릴 것 같고 활짝 핀 목련화와 함께 벚꽃이 피기 시작했다.

 

한참을 걸어가니 곡성 동악산 아래 자락에 자리한 금호타이어 공장이 보이고 주변 논에는 특용작물을 재배하는 비닐하우스와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어 있었다. 내 어릴 적에는 오직 논밭밖에 없었는데 세상이 변하고 있었다. 논농사와 밭농사를 버리고 돈이 될 수 있는 과일 꽃 낙농업 등 환금작물이 대세가 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자전거길 옆 곳곳에 소를 기르는 축사가 보이기도 한다.

 

금호타이어 공장 인근을 지나 제월습지 쪽으로 내려가는 데 깜짝 놀랄 장면이 벌어졌다. 갑자기 고라니 한 마리가 내가 걸어가는 제방쪽으로 달려오다가 잠시 멈춰 섰다. 내가 서 있는 제방과 반대쪽 도로 사이에 생긴 제월습지는 폭이 1㎞쯤 되어 보였다.

 

"아니! 습지에 나무와 풀이 무성하게 우거져있다고 해도 어떻게 저런 공간에 고라니가 있을까?" 하고 카메라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뒤쪽에서 개 한 마리가 튀어나왔다. 그제야 고라니와 개 사이에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알았다.

▲ 폭 1km쯤 밖에 안 되는 제월습지 인근 섬진강변을 걷던 내 앞에 고라니와 개가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이고 있었다. 개는 네 다리로, 고라니는 날아다니는 것같은 속도로 달리니 게임이 되지 않았다. 섬진강댐 축조 후 넓은 강안에 습지가 생겨 동물들의 서식처가 되었다. 섬진강변 습지에서 고라니가 산다는 건 내 어릴적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 오문수     ©金泰韻

 

▲ 폭이 1km쯤 밖에 안되는 제월습지에서 고라니를 쫓던 개 모습. 고라니 도망가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고라니를 놓친 후 닭쫓던 개처럼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 오문수     ©金泰韻

 둘 사이에 벌어지는 추격전이 너무 빨리 진행돼 핸드폰으로는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어 카메라를 스포츠 모드로 돌린 후 추격전을 촬영했지만 둘을 한 화면에 잡을 수는 없다. 개는 네 발로 쫓아가지만 앞서 도망가는 고라니는 거의 날아가는 속도로 도망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앞서 도망가는 고라니를 놓친 개는 닭 쫓던 개 마냥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지인의 말이다.

 

"요즈음 시골에는 고라니가 논밭으로 내려와 새싹을 뜯어먹어 버려 피해가 막심합니다. 옛날 같으면 덫을 놓아 잡지만 지금은 포획을 금하기 때문에 그럴 수도 없어요."

 

섬진강댐이 생긴 후 넓은 습지가 발달

 

곡성군을 흐르는 섬진강은 옛 지리지에 '순자강'으로 기록되어 있다. 옥과•오곡•삼기•겸면 땅을 유역으로 둔 옥과천을 합강한 방제천•순자강은 입면 구간을 남원 대강면과 대하고 굽이 돌면서 금호타이어와 함허정에 이른다.

 

'함허정'은 조선 중종 39년(1543년)에 광양 곡성 등 여러 고을의 훈도를 지냈던 심광현이 지역 유림들과 풍류를 즐기기 위해 지은 정자이다. 건물 아래로 섬진강이 흐르고 주위에 나무가 울창할 뿐만아니라 무등산까지 보여 옥과 현감이 부임하면 봄철에 반드시 '향음례'를 베풀었다고 한다. 향음례는 온 고을 유생이 모여 향약을 읽고 술을 마시며 잔치를 벌이던 것을 뜻한다.

 

자전거길이 된 인공제방은 1960년대 축조된 것이며 1980년대 금호타이어 공장이 들어서기 전에는 넓은 모래섬이 있었다. 곡성읍 구간으로 유입된 순자강은 '청계액' '우석강' 협곡으로 20리를 흐르면서 동악산 자락에서 북류한 청계동 물과 신기천을 만난다.     

▲ 2년전 섬진강 대홍수의 상처로 아직도 제방보수 공사가 진행 중이라 이 근방에서는 자전거통행이 쉽지 않았다. ⓒ 오문수     ©金泰韻

 

▲ 금곡교 인근 다리교각 상판 부분에 쌓여 있는 섬진강 홍수 잔해가 당시 얼마나 물이 차올랐는지를 보여준다 ⓒ 오문수     ©金泰韻

 

▲ 제방보수 공사로 금곡교에서 요천교까지의 3km구간을 전면통제한다는 플래카드가 2년전 섬진강 대홍수의 여파를 말해주고 있다. ⓒ 오문수     ©金泰韻

 순자강은 금곡교를 지나면 넓은 평야를 형성한다. '금지'쪽 제방은 2년 전 대홍수를 겪으며 상처난 흔적을 아직도 보여준다. 도로변에 통행금지를 알리는 플래카드와 함께 예전에 있었던 자전거길이 끊겨 강변 풀숲을 헤치고 공사 현장 반대쪽으로 건너갔다. 걱정이다. 내가 태어나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대홍수로 물에 잠겼던 내고향 집은 폐허가 됐는데. 또 다시 큰 비가 내리면 어떡하지?

 

날이 어두워져 건너편에서 폐교를 구입해 친환경과 유기농으로 지은 농사에 발아현미 제품을 생산하는 박사 농부 이동현씨 부부를 만났다. 서울대 농생물학과 석사인 그는 일본 규슈대학교 생물자원관리학 박사로 전남대학교와 순천향대학교 순천대학교에서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기도 하다.

 

2019 UN식량농업기구 '모범농민상'을 수상하기도 한 그는 1급 수질을 자랑하는 섬진강변에서 친환경적인 정성과 독특한 발아•건조 기술로 발아현미를 생산한다. 내 어릴 적 곡성들에는 특용작물을 재배하는 비닐하우스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었다. 하지만 세상이 변하면 농촌도 변해야 한다.

 

요즈음 농촌에는 젊은이들이 떠나고 노인들만 남았다. 때문에 억대 농부가 많아져야 젊은이들이 귀농하고 농촌도 살아난다. 경제성을 중시해 변화하는 섬진강변 농촌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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